시간은 손바닥 위 모래처럼 알 수 없는 영원 속으로 빠져나가 잡히지 않는다.
그림자를 쫓을 뿐 순간에 사로잡혀 시간의 본질은 파악하기 어렵다. 심장 박동의 꾸준한 리듬으로, 연약한 삶의 멈추지 않는 발걸음의 메아리로 시간은 온다. 한 순간의 지나감을 알리는 맥박 하나하나는 존재의 우주에서 소리없는 메아리가 된다.
어쩌면 시간은 우리가 세상을 들이마시고 그 속에서 우리의 자리를 내뱉을 때 가슴을 들썩이는 숨결일지도 모른다. 숨결마다 연속과 변화를 일깨우고, 보이지 않는 박자가 부드럽게 똑딱거리며 우리가 살아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시간은 수면 위를 어루만지며 반짝이는 빛의 스펙트럼, 갈라졌다 합쳐지는 빛의 조각들이다. 태양이 엮어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작품이다. 공기 중에서 굴절하고 반사하며 보여지는 빛은 시간의 시적 표현이다.
어쩌면 시간은 텅 빈 복도에 울려 퍼지는 발걸음 소리, 무언가 위아래로 튕기는 소리, 침묵 속으로 사라지는 울림일지도 모른다. 점점 작아지는 소리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이며, 잠시 머물다가 사라진 과거의 혼백처럼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시간은 피부에 느껴지는 따스함, 멀리 떨어진 태양의 불꽃을 떠올리게 하는 부드러운 열기이며,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끝없이 반복되는 하루하루, 바뀌고 돌고, 우리 자신 너머에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자극이다.
하지만 어쩌면 시간은 지난 기억과 다가 올 기대를 이해하기 위한 우리 마음의 방황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생각, 꿈, 욕망으로 만들어진 세상이 우리 앞뒤로 펼쳐지는 동안 우리는 찰나의 현재에 서 있다.
시간은 심장 박동, 숨결, 빛, 소리, 감촉, 생각 등 무수한 언어로 우리에게 속삭인다. 시간은 모든 것이고 동시에 없다. 우리는 시간 속에 살고 있지만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시간은 우리와 함께 걷는 조용한 동반자이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항상 현재하며, 존재의 형상을 하나로 엮는 보이지 않는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