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가는 지금
기회는 순간에 지나간다.
그리스 신화 속 크로노스는 아버지 우라너스를 폐위하고 왕이 되었지만 아들에게 왕위를 빼앗길까 두려워 자식을 모두 삼켜버린다. 그러나 결국 왕비 레아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 아들 제우스에게 쫒겨나게 된다.
과거를 숨겨 현재를 훔쳐도 미래를 피하지 못한다. 크로노스가 막으려 했던 미래는 손자 카이로스에게 기회로 찾아온다.
아버지 크로노스를 폐위시킨 제우스는 신들의 왕이된다. 올림푸스에 새로운 질서를 세운 제우스와 올림푸스 신들은 하늘과 바다, 사랑과 전쟁 등에 대한 규칙을 만들고 세상을 지배했다.
이 시기에 제우스의 아들 카이로스는 제때 또는 기회를 뜻하게 되었다. 카이로스는 신성한 힘으로 여겨졌으며, 기회는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는 것이었다.
신화 속 카이로스는 날선 칼과 저울을 들고 있는 날개달린 청년의 모습이다. 카이로스가 들고 있는 날과 저울은 정확한 순간에 아주 잠깐만 나타나는 기회를 상징한다. 카이로스는 카르페디엠 carpe diem, 지금 최선을 다하라라는 격언과도 연결된다.
제우스의 부상과 카이로스의 유명세는 그리스인이 미래는 과거에 얽매여 이미 정해진 운명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변화하고 있는 순간의 열린 가능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회를 뜻하는 신화 속 카이로스는 시간은 단순히 과거에서 현재, 미래 순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고 과거 현재 미래가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이를 헤쳐가기 위해서는 지혜와 분별력이 필요하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신화는 시간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대하는 그리스인의 진지한 고민의 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