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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량, 그 시작



질량의 생성




약 138억 년 전 우주가 탄생할 당시의 초기 우주는 공간이 극도로 응축되어 입자 사이의 거리가 입자의 파장보다 짧은 상태였다. 질량은 없었으나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에너지가 작은 공간에 응축되어 있었다. 입자들이 서로의 파동 영역 안에서 직접 상호작용하며 고르게 섞여 우주가 모든 방향에서 균일한 밀도와 온도를 보였다. 엄청난 속도로 운동하는 입자들이 좁은 공간에 응축되어 서로 부딪히는 상태가 바로 열의 정체다. 좁은 공간에서 엄청난 속도(운동에너지)를 가진 입자들이 서로 끊임없이 충돌하면 그 계의 온도는 올라간다. 초기 우주는 공간 자체가 매우 작고 입자의 충돌 횟수와 운동에너지가 매우 높았기에 입자의 파장이 더욱 짧았다. 초기 우주 온도가 매우 높았을 때는 모든 입자가 빛의 속도로 운동했고, 질량도 없었다. 이때는 모든 입자가 구분이 없고 중력, 강력, 약력, 전자기력이 하나의 힘으로 합쳐져 있는 완벽한 대칭 상태였다. 






우주가 급팽창을 멈추면서 진공에 저장되어 있던 막대한 에너지가 쏟아져 나왔다. 우주가 급격히 팽창하는 인플레이션 기간 동안의 진공 에너지가 급격한 팽창이 멈춘 후 물질로 전환되면서, 매우 뜨거운 상태를 만들었다. 이 에너지는 질량이 거의 없거나 매우 가벼운 기본 입자들의 운동에너지 형태로 전환되었다. 이 입자들이 좁은 곳에서 매우 빠르게 움직이며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우주 전체의 온도를 극도로 높였다. 입자들이 서로 가까워질 때 에너지와 운동량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에너지가 골고루 퍼지며 전체적으로 아주 높은 온도를 형성(열평형 상태)하게 되었다. 질량에 의한 에너지보다 좁은 공간에서 광속에 가깝게 움직이는 입자들의 운동에너지가 지배적이었으며, 그 에너지 밀도가 곧 상상을 초월하는 온도로 나타난 것이다. 






빛(광자)은 전하를 직접 가지진 않지만, 에너지가 극도로 높은 초기 우주에서는 빛과 빛이 만나 전자와 양전자를 만들어내거나 다시 빛으로 변하는 등 에너지를 격렬하게 주고받는다. 이 과정에서 입자들의 경로가 꺾이고 에너지가 재분배되는데, 이것이 거시적으로는 부딪혀서 열을 내는 것처럼 나타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에너지와 질량은 본질적으로 같다. 질량이 없어도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입자는 그 에너지 자체가 일종의 영향력(필드)을 형성한다. 초기 우주의 입자들은 너무 에너지가 커서, 서로 스치기만 해도 강한 힘(강한 핵력, 전자기력 등)을 통해 에너지를 교환한다. 물리적인 몸체는 없지만 에너지의 파동들이 서로 엉키고 설키며 튕겨 나가는 과정이 발생한다. 양자역학적으로 보면 입자는 점이라기보다 구름이나 파동에 가깝다. 좁은 공간에 질량 없는 입자들이 빽빽하게 차 있으면, 이 파동들이 겹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이때 입자들은 서로의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방출하며 산란(Scattering)되는데, 이 모습이 마치 좁은 방 안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서로 간섭하며 요동치는 것과 같다. 질량이 없는 입자들은 딱딱한 몸체가 부딪히는 마찰이 아니라, 강력한 에너지 파동들이 좁은 곳에서 서로 밀어내고 섞이며 에너지를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열을 유지하고 전달한다. 형체는 없지만 에너지가 너무 커서 서로 무시하고 지나갈 수 없는 상태다. 







모든 입자가 광속으로 운동하던 빅뱅 직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우주는 매우 뜨거웠다. 이때는 힉스장(Higgs Field)이라는 것이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 시기의 모든 기본 입자는 질량이 0이었다. 질량이 없으니 모든 입자는 빛의 속도로 우주 공간을 가로질렀다. 마치 아무런 저항이 없는 텅 빈 공간을 날아가는 빛과 같다. 급격한 팽창이 멈춘 이후 입자들은 더 이상 텅 빈 공간을 날아가는 게 아니라, 힉스장을 통과해야 한다. 입자들이 힉스장과 얼마나 강하게 상호작용하느냐에 따라 질량이 결정된다. 쿼크와 같이 질량이 큰 입자는 힉스장과 아주 강하게 반응하여 움직이기 힘들고 느려진다. 이 움직이기 힘든 정도가 우리가 측정하는 질량이 된다. 전자와 같이 질량이 작은 입자는 힉스장과 약하게 반응한다. 광자와 같이 질량이 없는 입자는 힉스장과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전히 빛의 속도로 운동한다.







우주 공간의 팽창으로 온도가 식으면서 하나의 거대한 힘이 여러 갈래로 쪼개졌다. 온도가 내려가며 중력이 먼저 떨어져 나왔고, 온도가 더 내려가며 강력이 분리되었으며, 온도가 약 1,000조 도까지 떨어지자 약력과 전자기력이 분리되었다. 이 과정은 마치 물이 얼어서 얼음이 될 때, 무질서하게 움직이던 물분자들이 특정한 격자 구조(질서)를 갖게 되는 상전이 현상과 물리적으로 동일하다. 시스템이 자발적으로 에너지가 낮은 안정된 상태를 찾아 가면서 대칭이 무너졌다(Spontaneous Symmetry Breaking). 뜨거운 물이 가만히 놔두면 식어서 얼음이 되는 것과 같은 물리적 흐름이다. 대칭성이 깨지는 과정은 우주가 뜨겁고 단순했던 상태(모든 것이 하나였던 상태)에서 식어가며 차갑고 복잡한 상태(다양한 입자와 힘이 존재하는 상태)로 변해온 우주의 결정화 과정이다. 이 대칭성 깨짐으로 인해 입자들이 질량을 얻고, 우리가 아는 물질의 세계가 탄생할 수 있었다. 쿼크와 같은 입자는 힉스장과 강하게 상호작용하며 질량이 생겼고, 광자와 같은 입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아 질량 0인 상태로 남았다. 이 과정에서 입자들은 전자, 쿼크, 중성미자 같은 각기 다른 특성을 부여받게 되었다. 






입자의 질량(Mass)은 입자가 힉스장과 상호작용하여 생기는 관성적 특성이지만, 스핀, 색전하는 질량이 없더라도(또는 거의 없더라도) 입자들이 가지는 중요한 성질이다. 색전하(Color Charge)를 가진 질량 없는 입자인 글루온(Gluon)은 강한 핵력(Strong Force)을 매개하는 입자로, 질량이 0이다. 그러나 글루온은 빨강, 초록, 파랑(및 반색) 조합의 색전하(Color charge)를 가지고 있어, 자기 자신들끼리도 상호작용한다. 질량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색전하를 가지고 있어 강한 상호작용(양자색역학)을 가능하게 한다. 스핀(Intrinsic Angular Momentum)을 가진 질량 없는 입자인 광자(Photon)는 전자기력을 매개하는 입자로, 질량이 0이다. 광자(Photon)는 스핀 1을 가지며, 전기적으로 중성이지만 편광 상태(방향)를 가진다. 이는 전자기파의 횡파 성질과 관련이 있다. 전자(Electron)는 질량을 가진 페르미온(스핀 1/2)으로, 스핀은 질량이나 전하와 별개로 전자가 고유하게 가지는 양자역학적 각운동량이다. 즉, 두 입자 모두 고유한 스핀(내재적 각운동량)을 가지고 있지만, 광자는 게이지 보손(전자기 상호작용 전달)이고 전자는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다. 질량이 0이어도 입자는 스핀(내재적 각운동량), 색전하(강한 상호작용 전하)를 가질 수 있다. 스핀, 색전하는 게이지 대칭성에 기인한 소립자의 내재적이고 근본적인 고유 속성인 반면, 질량은 힉스장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부여되는 성질로 입자 존재의 본질적 증명은 아니다. 스핀, 색전하가 입자의 고유한 성질로 입자를 정의하며, 질량은 대칭성을 깨는 속성으로 나타난다.







우주가 처음에는 구분이 없었지만, 입자들의 결합(선택)이 일어난 후에 대칭성이 깨지며 특정한 방향성(질서)이 생겼다. 우주 팽창으로 온도가 약 10조 도 이하로 떨어지자, 빠르게 운동하던 쿼크들이 강력에 의해 묶여 양성자와 중성자가 되고, 강력 온도가 약 10억 도 이하로 떨어지자, 양성자와 중성자가 결합해 헬륨 같은 가벼운 원자핵이 되었으며, 약 38만 년 후(3,000K) 전자가 원자핵 주위에 붙잡히면서 비로소 중성 원자가 탄생했다. 훨씬 나중에 가스가 모여 밀도가 높아진 곳에서 중력이 작용해 별과 은하가 만들어 졌다. 물리학적으로 보면, 입자들이 뭉치는 것은 더 안정적인, 에너지가 낮은 상태로 가는 과정이다. 입자가 뭉쳐서 결합할 때 남는 에너지를 밖으로 내보내는데, 우주 전체의 온도가 이 결합 에너지보다 높으면 결합이 바로 깨져버리지만, 온도가 충분히 낮아지면 한 번 결합한 입자들은 다시 쪼개질 만큼의 에너지를 얻지 못해 속박 상태에 머물게 된다. 고온에서는 입자들이 너무 빨라 서로 붙지 못하다가, 팽창으로 우주가 식으면서 속도가 느려지자 자연계의 근본적인 힘들이 입자들을 낚아채서 묶어버렸기 때문이다. 







질량을 얻고 속도가 느려진 입자들이 온도가 더 낮아짐에 따라 결합을 통해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성질이 나타났다.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쿼크들이 뭉쳐 양성자와 중성자라는 전혀 다른 성질의 입자가 되었고, 양성자와 전자가 결합하여 중성 원자가 되면서 우주는 전자기적으로 불투명한 상태(플라즈마)에서 투명한 상태(중성 원자 형성)로 성질이 완전히 변했다. 입자들은 처음부터 설계된 완성품이 아니라, 우주가 식으면서 게이지 대칭성이 깨지고 에너지가 응축되는 과정에서 각자의 질량과 전하를 획득게 된 냉각의 산물이다. 결합과 분화의 과정이 소립자들의 특성을 결정지었다. 






우주가 탄생하고 1조 분의 1초가 지났을 때, 우주 팽창으로 에너지가 분산되면서 온도가 낮아지며 임계점 아래로 떨어졌다. 우주 초기, 온도가 극도로 높았을 때는 에너지가 넘쳐 힉스장이 특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없어 모든 방향이 똑같은 대칭적인 상태(불안정한 평형, 무질서)였다가, 우주가 식으면서 특정한 고유값(0이 아닌 최저 에너지 상태, 질서)로 고착되었다. 초기 우주에서 운동에너지만 가득해 빛의 속도로 운동하던 입자들이, 우주가 식으면서 힉스장과 상호작용하면서 속도가 줄어들고 질량이라는 속성을 얻게 된 것이다. 쿼크들이 모여 양성자가 되고, 전자가 결합해 원자가 만들어졌다. 질량이 없었다면 별도, 지구도, 인간도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